AI에게 '이 폴더에서 일해'라고 말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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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다르게 일합니다
요즘 두 회사가 같은 약속을 합니다. 이제 AI가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던지면 여러 단계를 알아서 밟아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 온다는 겁니다. 문서,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 리포트까지요. OpenAI는 지난 7월 챗GPT 안에 ‘웍스(Work)‘라는 에이전트를 넣었고, Anthropic은 개발자용 클로드 코드(Claude Code)의 힘을 비개발자용으로 옮긴 ‘코웍(Cowork)‘을 내놨습니다.
목표는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려고 하면, 아주 초반에 갈라지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질문에서요.
“내 컴퓨터의 이 폴더를 통째로 맡기고, 그 안에서 알아서 일해.” — 이걸 시킬 수 있는가.
별거 아닌 기능 차이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한 지점을 따라가 보면, 두 도구가 사용자를 어떻게 키울 생각인지가 드러납니다.
1. ‘폴더를 작업공간으로’ — 이 능력이 어디에 있느냐
AI에게 일을 제대로 맡기려면, 대개 파일 몇 개를 붙여넣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자료가 흩어져 있는 폴더 하나를 통째로 가리키며 “여기가 네 작업 공간이야, 이 안을 읽고 여기에 결과를 써”라고 할 수 있어야 실제 일이 됩니다. 초안 열 개, PDF 스무 개가 든 폴더를 놓고 “이걸로 보고서 하나 만들어” 같은 일이요.
Anthropic 쪽은 이걸 비개발자에게 그대로 줬습니다. 코웍은 클로드 코드와 같은 에이전트 아키텍처를 쓰고, 사용자가 연결한 폴더만 읽고 씁니다. Anthropic은 코웍을 아예 “나머지 업무를 위한 클로드 코드”라고 소개합니다. 개발자가 쓰던 그 능력을, 터미널 없이 쓰게 넓혀놓은 것이죠.
OpenAI 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일반 사용자가 쓰는 챗GPT 화면 — 예전부터 쓰던 그 앱은 이제 ‘챗GPT 클래식(Classic)‘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새 통합 앱의 챗(Chat)·웍스 모드가 그 자리를 잇습니다 — 은 내 컴퓨터의 폴더를 작업공간으로 직접 잡지 못합니다. 파일은 업로드하거나 커넥터로 연결해서 넣습니다. OpenAI 공식 문서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챗GPT 프로젝트는 당신 컴퓨터의 폴더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니, 쓸 자료를 업로드하거나 연결하라”는 겁니다.
그럼 폴더를 작업공간으로 잡는 그 방식(OpenAI가 ‘로컬 환경’이라 부르는 것)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직 Codex에만 있습니다. 문서에 그렇게 못 박혀 있습니다. “로컬 환경은 챗GPT 데스크톱 앱에서 Codex에서만 쓸 수 있다.” 그런데 Codex는 레포지토리, 터미널, 테스트, 개발 도구를 다루는 개발자용 도구입니다.
이게 그냥 제 해석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습니다. OpenAI 개발자 포럼에는 “챗GPT 프로젝트가 선택한 로컬 폴더와 동기화되게 해달라”는 기능 요청이 올라와 있습니다. 요청자는 “Codex는 이미 로컬 파일과 긴밀히 작동하는데, 챗GPT 프로젝트는 파일이 바뀔 때마다 수동으로 다시 업로드해야 한다”고 적었고, OpenAI 지원팀도 “프로젝트와 로컬 폴더 사이의 통합이 더 좋아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직 없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없으니까 사람들이 요청하는 겁니다.
한 가지 더. 이번에 나온 통합 데스크톱 앱은 사실 Codex 앱이 자라난 것입니다. 기존 Codex 사용자가 업데이트하면 그 앱이 곧 새 챗GPT 데스크톱 앱이 되고, 화면도 Codex로 열립니다. 로컬 파일시스템을 다루던 개발자 도구가 몸통이고, 거기에 챗과 웍스가 얹힌 구조인 셈이죠. 능력의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2. 진짜 차이는 ‘학습이 이어지느냐’입니다
여기까지는 기능 대비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다음입니다. 이 차이는 초심자가 밟은 첫 계단이 고급 사용으로 이어지느냐를 가릅니다.
한번 그려보죠. 비개발자가 AI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간단한 문서 작업부터요. 그러다 일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더 강한 통제가 필요해집니다. 내 폴더를 통째로 맡기고, 여러 파일을 오가며, 어디까지 알아서 하고 어디서 멈춰 물을지를 정해주고 싶어지죠. AI가 24시간 알아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그 지점입니다.
Anthropic 구조에서는 이 이동이 매끄럽습니다. 코웍으로 시작한 사람이 나중에 더 센 통제가 필요해서 클로드 코드로 넘어가도, 밑바닥이 같아서 사고방식을 새로 배울 게 없습니다. 폴더를 가리켜 맡기는 감각, 행동 전에 승인을 받는 감각, 일을 어디까지 맡길지 정하는 감각 — 이게 그대로 이어집니다. 같은 계단을 계속 오르는 거죠.
OpenAI 구조에서는 여기서 계단을 갈아타야 합니다. 웍스에 익숙해진 사람이 폴더를 작업공간으로 잡으려는 순간, 웍스에는 그 기능이 없으니 Codex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Codex는 개발자 도구예요. 레포지토리, 워크트리, 디프(diff), 터미널 같은 개발자의 사고방식으로 화면이 통째로 바뀝니다. 문서를 다루던 사람에게 이건 “한 칸 위로 오르기”가 아니라 “낯선 도구를 처음부터 배우기”에 가깝습니다.
차이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Anthropic은 ‘폴더를 작업공간으로 쥐는 능력’을 비개발자에게 그대로 내줬고, OpenAI는 그 능력을 개발자 도구 안에 가둬 뒀습니다. 그래서 한쪽은 초심자의 감각이 고급 사용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다른 쪽은 어느 순간 개발자 계단으로 옮겨 타야 합니다.
3. 그래도 분할에는 분할의 논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쪽 손만 들어주면 정직하지 않습니다. OpenAI처럼 용도별로 도구를 나누는 데에도 분명한 논리가 있습니다.
용도별로 최적화된 전용 도구는 각 영역에서 더 날카로울 수 있습니다. 개발 작업에는 개발자를 위해 벼려진 Codex가, 문서 작업에는 그쪽에 맞춘 웍스가 각자 더 잘 맞을 수 있죠. “코딩은 코딩 도구, 문서는 문서 도구”라는 뚜렷한 경계가 오히려 덜 헷갈린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폴더를 통째로 맡기는 강한 통제까지 갈 일이 없고, 그런 사람에게는 개발자 도구의 복잡함이 안 보이는 편이 낫습니다. 경계가 분명한 게 미덕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건 “분할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사용자가 성장해서 도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계가 뚜렷해서 좋았던 그 벽이, 이제는 넘어야 할 벽이 됩니다. 그 지점에서 연속성의 가치가 분할의 명료함을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마무리 — 능력이 커질수록, 이어지는 쪽이 이깁니다
앞으로 우리가 다뤄야 할 AI 에이전트는 점점 더 방대해지고 강해질 겁니다. 그 말은, 처음엔 가볍게 쓰던 사람도 결국 더 강한 통제 쪽으로 밀려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능력을 잘게 나눠둔 구조보다, 능력을 공유하고 포장만 달리한 구조가 사용자에게 유리합니다. 초심자가 밟은 첫 계단이 고급 사용으로 그대로 이어지니까요.
그리고 이건 제가 교육 현장에서 늘 하는 이야기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AI를 가르칠 때 진짜 가르쳐야 하는 건 특정 버튼의 위치가 아니라 일을 맡기고 통제하는 감각입니다. 그 감각을 한 번 익히면, 도구가 강해지고 바뀌어도 그 감각을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구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 그건 배움이 쌓이는 게 아니라 매번 리셋되는 거예요.
그래서 새 도구를 고를 때, 기능표를 비교하기 전에 이 질문을 먼저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이 도구는, 내가 더 잘하게 됐을 때도 나를 데리고 올라가는가. 지금 편한가보다, 내가 자랐을 때 이 계단이 끊기지 않는가를 보는 겁니다.
결국 갈리는 건 기능 하나가 아닙니다. 당신이 이 도구와 함께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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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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