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회사는 보안 때문에 AI를 못 쓰는데요?
- AI활용
- 일하는방식
- 질문함
- AI도입
- 보안
이 코너는 교육장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에 하나씩 답합니다. 10년 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다 보면, 그 질문이 왜 계속 나오는지도 같이 보입니다.
세 번째 질문은 이겁니다. 질문이라기보다 문장에 가깝습니다.
“좋은 건 알겠는데요. 저희 회사는 보안 때문에 못 씁니다.”
이 말이 나오면 그 자리의 공기가 바뀝니다. 반박할 수가 없거든요. 실제로 막혀 있고, 막은 사람은 그 방에 없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저는 규정을 우회하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개인 계정으로 몰래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글이 아닙니다. 그건 본인에게도 회사에도 나쁜 선택입니다.
제가 하려는 건 다른 겁니다. 저 문장이 실제로 무엇을 막고 있는지를 정확히 재는 것입니다. 재보면 대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좁습니다.
1. 이 문장에는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보안 때문에 못 쓴다”를 열어보면 거의 언제나 둘 중 하나거나 둘 다입니다.
- ㉮ 도구가 막힌 것 — 사내망에서 그 사이트가 안 열립니다. 설치가 차단돼 있습니다.
- ㉯ 자료가 막힌 것 — 도구는 열리는데, 회사 자료를 거기 넣으면 안 됩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한 문장으로 뭉쳐서 나옵니다.
제가 교육장에서 이 질문을 받으면 되묻는 게 이겁니다. “열리기는 합니까?”
그러면 절반쯤은 이렇게 답하십니다. “아, 열리기는 열려요. 근데 우리 데이터를 넣지 말라고 해서…”
㉯입니다. 그리고 ㉯는 ㉮보다 훨씬 흔합니다. 회사가 정말로 AI를 통째로 차단한 경우보다, 넣지 말라고만 한 경우가 많거든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 ㉯인데 ㉮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자료를 못 넣으니 아예 안 씁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못 쓴다”고 말하게 됩니다.
2. 막힌 것은 한 조각입니다
AI로 일을 하나 처리하는 과정을 네 조각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 무엇을 할지 정하기 — 이 일이 뭔지, 결과물이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
- 우리 자료를 넣기 — 실제 데이터·문서·고객 정보
- 초안 만들기 — 구조, 문장, 계산 방식
- 결과 판정하기 — 이게 맞는지 어떻게 확인할지
㉯에서 막힌 건 2번 한 조각입니다. 1·3·4는 오늘도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2번이 막히면 1·3·4까지 같이 접습니다. 왜냐하면 AI로 일한다는 걸 「자료를 넣고 결과를 받는 것」으로만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하는 일에서도 자료가 들어가는 구간은 전체의 일부입니다. 나머지는 일의 모양을 잡고, 순서를 정하고, 나온 걸 어떻게 검증할지 정하는 일입니다. 그 구간에는 회사 자료가 한 글자도 필요 없습니다.
3. 자료를 한 글자도 안 넣고 되는 일
구체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아래는 전부 회사 정보 없이 되는 것들입니다.
① 일의 뼈대를 짜게 합니다.
“월간 실적 보고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읽는 사람은 임원이고, 결정할 것은 다음 분기 예산 배분입니다. 목차와 각 장에 들어가야 할 항목을 잡아주세요. 실제 숫자는 제가 넣겠습니다.”
숫자 없이 구조만 받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가 사실 그 보고서의 대부분입니다.
② 판단 기준을 꺼냅니다.
“거래처 신용을 검토할 때 흔히 놓치는 항목이 뭐가 있습니까? 체크리스트로 주세요.”
우리 거래처 얘기는 하나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나온 목록으로 우리 검토표에 빠진 칸을 찾을 수 있습니다.
③ 검증 절차를 만듭니다.
“이런 형태의 집계표를 검토할 때, 숫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순서를 알려주세요. 무엇부터 봐야 합니까?”
이게 제일 저평가돼 있습니다. AI가 자료를 못 봐도, 자료를 보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습니다.
④ 남의 것을 읽습니다. 공시자료, 논문, 경쟁사 공개 자료, 규정 원문. 전부 이미 공개된 것이라 반입 문제가 없습니다.
⑤ 내 문장을 다듬습니다. 제가 쓴 초안 중에 기밀이 아닌 부분 — 인사말, 설명 문단, 회의 안건 구조 같은 것들이요.
⑥ 모르는 개념을 배웁니다. 새 규제, 새 회계 기준, 새 기술 용어. 이건 우리 회사와 무관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일 수 있습니다. 가공한 자료를 넣는 것 — 이름을 A·B·C로 바꾸고, 금액을 비율로 바꾸는 것이요. 다만 이건 회사 규정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어디까지가 가공이고 어디부터가 반입인지는 회사마다 다르고, 그 선을 개인이 판단하면 안 됩니다. 확인 없이 하지 마십시오.
4. 진짜 손해는 도구가 아니라 연습입니다
여기가 이 질문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입니다.
회사가 막았을 때 잃는 건 도구가 아닙니다. 도구는 언젠가 풀립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지금 검토 중이고, 업무 시스템 안으로 AI가 알아서 들어오는 중이기도 하고요.
잃는 건 그 사이에 쌓였을 연습입니다.
2년 뒤에 회사가 열어줬다고 칩시다. 그날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 2년 동안 못 쓴다고 알고 안 쓴 사람 — 그날부터 0에서 시작합니다
- 2년 동안 되는 조각으로 계속 만져본 사람 — 자료만 연결하면 됩니다
차이는 도구 사용법이 아닙니다. 일을 조각으로 쪼개서 말하는 습관, 나온 걸 판정하는 감각 — 제가 무엇을 놔줘도 쓰는 사람에서 실려 간다고 쓴 그것들입니다. 그건 회사 자료 없이도 길러집니다. 그리고 안 만지면 안 길러집니다.
그래서 “보안 때문에 못 쓴다”가 위험한 이유는 그게 틀려서가 아닙니다. 맞는 말인데 너무 많은 걸 덮기 때문입니다.
5. 그리고, 정말 막혀 있는지 확인해 보셨습니까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교육장에서 “우리는 보안 때문에 안 됩니다”라고 하신 분께 *“어디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까?”*라고 여쭤보면, 정확히 아는 분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 실제로 규정에 적혀 있는 경우
- 몇 년 전 공지가 한 번 있었고 그 뒤로 아무도 확인 안 한 경우
- 옆 팀에서 안 된다고 들은 경우
- 물어보기 애매해서 그냥 안 쓰는 경우
뒤로 갈수록 흔합니다. 그리고 뒤쪽은 막힌 게 아니라 안 물어본 것입니다.
이건 「AI로 안 되더라」에 세 가지가 섞여 있다에서 다룬 조직 차원의 진단과는 다른 자리입니다. 그 글은 담당자가 목록을 셋으로 나누는 이야기였고, 이건 실무자 한 사람이 자기가 들고 있는 그 한 줄이 어느 종류인지 확인하는 이야기입니다.
물어보는 방법은 이렇게 좁히시는 게 낫습니다. “AI 써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대개 “안 됩니다”가 옵니다. 넓은 질문에는 안전한 답이 오거든요.
“회사 자료를 넣지 않고, 보고서 목차 잡는 데만 쓰려고 합니다. 이건 괜찮습니까?”
이렇게 물으면 답이 달라집니다. 묻는 범위가 좁아지면 승인할 수 있는 사람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6. 담당자 쪽에도 한 줄
이 글을 교육 담당자나 관리자 위치에서 읽고 계시다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는 것과 대체재를 주는 것은 세트입니다.
대체재 없이 막으면 사람들은 안 쓰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데서 씁니다. 개인 휴대폰으로요. 그게 회사 입장에서 훨씬 나쁜 상태입니다. 무엇이 나갔는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번 주에 나온 조사 하나가 이 지점을 정확히 찔렀습니다. 구글 클라우드가 기술 리더들에게 물었더니 79%가 확산의 최대 난제로 보안·거버넌스·운영을 꼽았고, 35%는 여러 시스템에 걸친 접근 권한의 보안 부족을 에이전트 도입을 막는 이유로 들었습니다. 성능을 문제로 꼽은 사람은 없다시피 했습니다. 상세와 출처는 이번 주 동향에 정리해 뒀습니다.
즉 지금 많은 조직이 “열어줄지 말지”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자에게 필요한 건 전면 허용이 아니라 “어디까지는 된다”는 한 줄입니다. 그 한 줄이 없으면 사람들은 안전한 쪽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이 오늘 이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마무리 — 되는 조각을 세어 보십시오
“우리 회사는 보안 때문에 못 씁니다”는 대개 사실입니다. 저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문장 뒤에 한 줄을 더 붙여 보시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막혔고, 무엇은 안 막혔습니까?”
막힌 게 자료 반입이라면,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여섯 개쯤 남아 있습니다. 앞에 적은 것들이요. 하나도 규정을 어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여섯 개를 계속 하고 있으면, 회사가 문을 열어주는 날 준비된 채로 그 자리에 있게 됩니다. 도구는 그날 받으면 되지만, 습관은 그날 못 받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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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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