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친 슬라이드 한 장을 발견했는데, 규칙으로 바꾸니 여덟 장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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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몇 개를 열어보고 “확인했다”고 말한 적, 있으시죠
AI에게 자료를 한꺼번에 만들게 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문서 스무 개, 슬라이드 여든 장, 메일 초안 서른 통.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몇 개를 열어봅니다. 괜찮으면 넘어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번에 자료 78장을 한 번에 뽑았고, 눈으로 넘겨보다가 열 번째 장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글자 두 줄이 서로 포개져 있었습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두 겹으로 뭉개져서 읽을 수가 없었어요.
여기까지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걸 하나 찾았다, 고치면 끝.
그런데 고치고 끝냈으면 일곱 장을 그대로 인쇄할 뻔했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한 장이 아니라, 그 한 장이 무슨 신호였는가입니다.
1. 자동 검사는 다섯 개나 돌고 있었습니다
먼저 밝혀두면, 저는 자료를 뽑을 때 자동 검사를 몇 개 붙여 둡니다. 글자가 칸보다 긴지, 쓰지 않기로 한 표현이 들어갔는지, 파일이 제대로 열리는지 같은 것들이요. 이번 자료는 그 다섯 개를 전부 통과했습니다.
그럼 왜 못 잡았을까요. 열어보니 싱거웠습니다. 화면 종류마다 「몇 줄까지」라는 한도가 박혀 있는데, 하필 이 종류만 한도가 비어 있었습니다. 세 번의 작업에서 한 번도 안 걸렸던 종류라 아무도 한도를 정해준 적이 없었던 거죠.
여기서 하나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문제없었다」는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안 써봤다는 뜻이더군요.
그래서 한도를 정해 넣었습니다. 어림잡지 않고 실제로 재서 여덟 줄로 박았습니다(문제가 난 장은 아홉 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예전에 한 번 데인 결함은 주의가 아니라 장치로 막는다고 쓴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진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2. 그다음이 진짜였습니다 — 규칙을 넣고 다시 돌렸더니 여덟 장
검사기에 상한 한 줄을 넣고, 만들던 자료 전부에 다시 돌렸습니다.
여덟 장이 걸렸습니다. 준비하던 자료 다섯 벌 중 네 벌에 있었습니다.
제가 눈으로 발견한 건 한 장이었습니다. 나머지 일곱 장은 제가 아직 열어보지도 않은 장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제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저는 겹친 슬라이드를 발견했을 때 “운 나쁘게 하나가 깨졌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여덟 개 중 하나를 우연히 밟았구나”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78장을 눈으로 다 보기 전에 걸린 거니까요. 그런데 발견하는 순간에는 그 생각이 안 듭니다. 눈앞에 깨진 게 한 장 있으면 머리는 그게 전부라고 처리합니다. 고치면 해결된 것 같고요.
3. 그래서 기준을 하나 바꿨습니다 — 발견은 표본입니다
이게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입니다.
눈으로 찾은 한 건은 고칠 대상이 아니라, 몇 개나 있는지 재보라는 신호입니다.
제가 예전에 쓴 주의가 아니라 장치와는 보는 방향이 다릅니다. 그 글은 “다음번엔 사람 대신 무엇이 막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미래를 막는 이야기였어요. 오늘 것은 “지금 이미 몇 개가 그렇게 되어 있나”입니다.
장치를 만드는 값어치의 절반은 앞으로 막는 데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심는 순간 이미 있던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앞쪽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할 때는 “이번엔 그냥 고치고 나중에 검사기 만들자”를 골랐고요. 그 선택이 실제로는 일곱 장을 안 보기로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육안 검수와 규칙의 차이는 정확도가 아닙니다. 범위입니다.
- 육안은 표본입니다. 아무리 성실해도 내가 본 데까지만 봅니다. 그리고 78장을 다 볼 때쯤에는 앞의 20장이 기억에서 흐려집니다.
- 규칙은 전수입니다. 한 장을 눈으로 보고 조건을 뽑아내면, 나머지 77장은 기계가 봅니다. 제가 안 본 장까지요.
4. AI로 만들수록 이 차이가 벌어집니다
이건 슬라이드 이야기가 아닙니다.
AI에게 일을 시키면 결과물이 제가 검토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나옵니다. 예전에는 제가 만드는 속도가 곧 제가 보는 속도였습니다. 한 장 만들면 한 장을 봤어요. 지금은 78장이 한 번에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한 번에 한 장씩 봅니다.
그러니 육안 검수가 표본이 되는 건 제 성실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산출량이 검토 속도를 넘어선 순간부터, 전수 검사는 사람 손으로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그 상태에서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이겁니다. 몇 개를 열어보고, 괜찮으면 나머지도 괜찮다고 추정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추정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확인했다”고 부릅니다.
제가 사고는 바꾼 것이 아니라 안 바꾼 것에서 납니다에서 쓴 것과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그 글은 검토의 시선이 이번에 손댄 데로만 간다는 이야기였고, 이 글은 그 시선이 닿는 양 자체가 이미 모자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결과물을 AI에게 맡길수록 순서가 이렇게 바뀝니다.
- 표본을 봅니다. 몇 개를 눈으로 엽니다. 이건 여전히 필요합니다 — 규칙은 사람이 한 번 본 것에서만 나오니까요.
- 발견한 것을 조건으로 바꿉니다. “이건 왜 깨졌나”를 한 문장으로 적을 수 있으면 됩니다. 대개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 전수로 돌립니다. 그리고 몇 개가 나오는지 셉니다.
- 그 숫자를 보고 표본이 얼마나 얕았는지 압니다. 저는 1 대 8이었습니다.
3번까지 하는 사람은 많은데 4번을 안 합니다. 그런데 4번이 다음번 검토 계획을 바꿉니다.
5. 고치는 일은 「줄이기」가 아니라 「옮기기」였습니다
덧붙일 게 하나 있습니다. 여덟 장을 고치면서 알게 된 건데, 이 일은 글자를 줄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홉 줄을 여덟 줄로 만드는 방법은 둘입니다. 한 줄을 지우거나, 두 줄을 합치거나. 그런데 지울 만한 줄이 없었습니다. 전부 사람이 실제로 막히는 지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갈랐습니다.
- 화면에 남길 것 — 손이 멈추는 자리. 눌러야 하는 순서.
- 말로 할 것 — 이유와 맥락. “이건 지우지 마세요, 아래에 붙이면 됩니다” 같은 것.
그리고 말로 할 것은 제가 손에 들고 갈 메모로 옮겼습니다. 화면이 짧아지고 메모가 두꺼워졌습니다. 원래 그래야 하는 거였습니다.
칸이 넘친다는 건 글자가 많다는 뜻이 아니라, 거기 있으면 안 되는 게 거기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건 보고서에서도 똑같습니다. 장표 한 장이 빽빽하면 우리는 글자 크기를 줄입니다. 그런데 대개 필요한 건 줄이기가 아니라 옮기기예요. 그 장에 남을 것(결론과 근거)과 말로 할 것(배경과 사정)이 섞여 있는 겁니다. 기계는 「넘쳤다」까지만 알려주고, 넘친 걸 어디로 보낼지는 사람이 정합니다. 그 판단이 실제로 품질을 올리는 자리입니다.
마무리 — 몇 개인지 세어 보십시오
이번 주에 무언가 하나 잘못된 걸 발견하셨다면, 고치기 전에 한 번만 물어보십시오.
“이게 하나뿐일 이유가 있나?”
보고서 한 장에서 틀린 숫자를 찾았다면, 그 숫자가 들어간 다른 문서는 몇 개입니까. 자료 한 벌에서 옛날 회사 이름을 찾았다면, 같은 폴더에 몇 벌이 있습니까. AI가 만든 초안에서 어색한 문장을 하나 고쳤다면, 같은 버릇이 몇 군데 있습니까.
세는 데는 대개 5분이 안 걸립니다. 찾은 것을 조건 한 줄로 적고, 전체에 한 번 돌리면 됩니다. 검색 창이면 충분할 때도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그 5분을 써서 일곱 장을 건졌습니다. 안 썼으면 그 일곱 장은 끝까지 아무도 모르는 채로 강의장에 갔을 겁니다. 깨진 자료가 무서운 게 아니라, 깨진 걸 아무도 안 세어봤다는 사실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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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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