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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시간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저는 문서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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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던 일 뒤에 이어 붙일 일이 있습니다. 앞 담당자가 절반을 해놓고 넘긴 프로젝트, 앞 팀이 진행한 워크숍의 후속 회차, 인수인계받은 계정 같은 것들이요.

그럴 때 우리는 문서를 읽고 시작합니다. 그것 말고 읽을 게 없으니까요. 확정된 계획표, 인수인계서, 회의록, 킥오프 자료.

그리고 대개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앞에서 ○○을 정하셨으니, 여기서는 그걸 재료로 씁니다.”

이 문장이 좋은 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흩어진 두 덩어리를 하나로 꿰어주니까요. 저도 자료 앞쪽에 그런 문장을 넣어뒀습니다.

그런데 이 다리는 제가 못 지키는 약속이었습니다.


1. 한 문장에서 세 개가 동시에 틀렸습니다

제가 써둔 문장은 이랬습니다.

“오전에 정하신 관리 항목이 오후의 재료입니다.”

근거는 확실했습니다. 고객사가 확정해 인쇄까지 한 시간표에 앞 시간의 주제가 그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저는 그걸 그대로 옮겼습니다.

다시 읽다가 세 군데가 걸렸습니다.

㉮ 「오전」이 틀렸습니다. 앞 시간 블록은 점심을 끼고 있었습니다. 앞쪽 절반은 오전이었지만 제 순서 바로 앞 한 시간은 오후였습니다. “오전에 보셨죠”라고 하면 듣는 사람 머릿속은 세 시간 전을 가리킵니다. 문서에는 시각이 안 적혀 있어서 몰랐습니다.

㉯ 「정하신」이 틀렸습니다. 인쇄된 건 그 시간의 주제입니다. 수강생이 무언가를 정하는 활동이 있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 담당자가 설명으로만 지나갔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어긋납니다. 저는 명사(주제)를 읽고 동사(활동)를 지어냈습니다.

㉰ 그 단어를 제가 모릅니다. 문장 안에 그 분야의 전문 용어가 들어 있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 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 서른 명 앞에서 그 단어로 몇 분을 끌 계획이었습니다.

셋은 다른 실수처럼 보이는데, 원인이 하나입니다. 저는 문서를 읽고 「그 방에서 벌어진 일」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2. 계획표는 계획을 적지, 벌어진 일을 적지 않습니다

확정 문서가 담는 것과, 그 방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 왼쪽은 확정된 계획 문서가 담는 것입니다. 다룰 주제, 들어갈 항목, 배정된 시간, 맡은 사람. 전부 앞으로 하기로 한 것이라 미래형입니다. 오른쪽은 그 방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몇 시였는지, 설명이었는지 실습이었는지, 어디까지 갔는지, 어떤 말로 했는지. 넷 다 문서에는 남지 않습니다. 아래는 문서만 근거로 놓은 다리 한 문장인데, 그 한 문장에서 시각과 동사와 용어 세 개가 동시에 어긋났습니다. 이어 붙일 때의 근거는 앞사람의 계획서가 아니라 상대가 이미 손에 들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확정 문서가 담는 것 하기로 한 것 · 미래형 다룰 주제 들어갈 항목 배정된 시간 맡은 사람 그 방에서 벌어진 것 문서에 안 남는다 · 과거형 실제 몇 시였나 설명인가 실습인가 어디까지 갔나 어떤 말로 했나 추측 문서만 근거로 놓은 다리 한 문장 “오전에 정하신 ○○이 오후의 재료입니다” 시각 「오전」이 사실은 점심 뒤였다 동사 「정하신」은 주제였지 활동이 아니었다 용어 내가 뜻을 모르는 단어였다 이을 거면 앞사람의 계획서가 아니라, 상대가 이미 손에 든 것에 잇습니다.
확정 문서는 확정됐다는 이유로 사실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담고 있는 건 여전히 계획입니다.

당연한 말인데, 실무에서는 계속 헷갈립니다. 확정 문서는 확정됐다는 사실 때문에 사실처럼 읽힙니다. 도장이 찍혀 있고 관계자가 전부 승인했으니까요.

그런데 확정 문서가 담는 건 하기로 한 것입니다. 담지 않는 것이 최소한 이만큼 있습니다.

  • 언제 했는지 (몇 시에, 앞뒤로 뭐가 끼었는지)
  • 어떻게 했는지 (설명만 했는지, 실제로 손을 움직였는지)
  • 어디까지 갔는지 (계획한 항목을 다 했는지, 시간이 없어 건너뛰었는지)
  • 어떤 말로 했는지 (문서의 용어와 현장의 용어는 자주 다릅니다)

이건 제가 확정 문서에는 「하지 마세요」가 없습니다에서 쓴 것과 같은 문서의 다른 구멍입니다. 그 글은 금지가 빠진다는 얘기였습니다 — 무엇을 하지 말라고 했는지는 협상 과정에만 남고 확정본에는 안 남는다는 것. 이 글은 시제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 확정본은 미래형이고, 제가 필요한 건 과거형입니다.

둘 다 같은 착각에서 나옵니다. 확정 문서를 「가장 믿을 만한 자료」로 놓으면, 거기 없는 것은 없는 줄 알게 됩니다.


3. 고치려다 같은 실수를 한 번 더 했습니다

자료는 이미 나간 뒤였습니다. 파일은 못 고치니 말로 덮기로 하고, 이런 대본을 썼습니다.

“방금 마지막에 관리 항목 이야기가 나왔을 겁니다.”

이것도 똑같은 다리입니다. 「나왔을 겁니다」로 확신만 낮췄을 뿐, 여전히 앞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를 제가 정하고 있습니다. 그 방에 있던 사람이 전부 앞 시간을 들은 사람인데, 헛짚으면 첫 몇 분에 들통납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입니다. 확신을 낮추는 건 해법이 아닙니다. 「~일 겁니다」, 「아마 ~하셨을 텐데」로 바꾸면 안전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내가 모르는 것에 결론을 걸고 있습니다. 틀리면 똑같이 틀립니다.


4. 이을 거면, 앞 문서가 아니라 상대가 이미 가진 것에 잇습니다

고친 방향은 다리를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끊는 게 아니라요.

전후
근거앞 시간에 정하신 것여러분 문서에 이미 적혀 있는 것
문장”오전에 ○○과 관리 항목을 보셨습니다""회사에는 이미 기준이 적혀 있습니다 — 규격서든 작업표준서든”

바뀐 게 뭐냐면, 근거를 「내가 확인할 수 없는 것」에서 「상대가 확실히 가진 것」으로 옮겼습니다.

앞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든 이 문장은 안 깨집니다. 제가 모르는 단어도 안 씁니다. 그리고 “저는 앞 시간을 못 들어서요” 같은 변명도 안 합니다. 그냥 안 하면 됩니다.

이걸 일반화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어 붙일 때의 근거는, 앞사람의 계획서가 아니라 상대가 이미 손에 들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이어받았으면 「앞 단계에서 결정된 대로」가 아니라 「지금 시스템에 실제로 들어가 있는 값」에 이으십시오. 회의를 이어받았으면 「지난번 합의대로」가 아니라 「그래서 지금 문서에 적혀 있는 상태」에 이으십시오. 앞의 것은 확인이 필요하고, 뒤의 것은 상대가 바로 확인해 줍니다.


5. AI에게 물었더니, AI도 같은 다리를 놨습니다

이 부분이 저한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AI에게 물었습니다. “이 부분 좀 이상한데, 다시 써줘.” 자료와 확정 시간표를 같이 줬고요.

AI도 문서를 근거로 다리를 다시 놨습니다. 표현은 매끄러워졌는데, 여전히 인쇄된 목차에서 「앞에서 이걸 하셨으니」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연합니다. AI에게 준 자료가 그 문서뿐이었으니까요. AI는 현장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없었습니다. 자료만 읽고 설계하면 사람이든 AI든 같은 함정에 빠집니다.

여기서 배운 건 이겁니다. AI가 잡아줄 수 있는 오류와 없는 오류가 갈리는 자리는, 「내가 준 자료 안에 답이 있느냐」입니다.

  • 숫자가 안 맞는다, 앞뒤가 모순된다, 용어가 뒤섞였다 → 자료 안에서 답이 나옵니다. AI가 잘 잡습니다.
  • 이 문서에 적힌 게 실제로 벌어졌느냐 → 자료 안에 답이 없습니다. AI는 잡을 수가 없고, 물어보면 그럴듯하게 채웁니다.

그러니 이런 종류는 AI에게 검토를 시키는 게 아니라 AI에게 줄 자료를 한 겹 늘려야 합니다. 앞 담당자에게 한 줄 물어보는 것 — 그게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입니다.


마무리 — 물어볼 수 없으면, 걸지 마십시오

정석은 앞 담당자에게 묻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디까지 하셨습니까? 수강생이 직접 뭘 하셨나요?” 한 줄이면 됩니다.

문제는 그게 늘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연락이 안 되거나, 시간이 없거나, 물어보기 애매한 사이거나요.

그럴 때 쓰는 규칙 하나만 남기겠습니다.

확인할 수 없는 것에는 결론을 걸지 않습니다. 확신을 낮춰서 거는 것도 포함해서요.

「~하셨죠」를 「~하셨을 텐데」로 바꾸는 건 해결이 아닙니다. 그냥 그 다리를 안 놓고, 상대가 확실히 가진 것에서 다시 출발하면 됩니다.

이어 붙이지 못한 것처럼 보일까 걱정하실 수 있는데, 제 경험으로는 반대였습니다. 틀린 다리 하나가 무너지는 것보다, 다리 없이 시작하는 쪽이 훨씬 매끄럽습니다. 듣는 사람은 애초에 그 다리가 있었는지 모르니까요.

무료 이북 표지. 제목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무료 배포판 v1.0.
데스크톱판 52쪽 · 모바일판 101쪽

무료 이북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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