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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13분은 됐는데, 5시간 51분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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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이번 주에 제가 실제로 바꾼 것 하나를 짧게 적습니다. 잘된 것만 적지는 않겠습니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

어제까지 잘 되던 게 오늘 갑자기 안 되는 일, 겪어 보셨을 겁니다. 파일만 조금 커졌을 뿐인데요.

그럴 때 우리는 보통 자기를 의심합니다. 뭘 잘못 눌렀나, 설정이 바뀌었나. 이번 주에 제가 그걸 정통으로 맞았고, 원인은 제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몇 시간짜리 영상 자료를 텍스트로 바꿔 두고 씁니다. 온라인 세미나든 긴 세션 영상이든, 영상인 채로 두면 나중에 못 찾습니다. 「그 얘기가 어디쯤에서 나왔더라」를 되짚으려면 결국 글자여야 합니다.

이번 주에 바꿔야 할 게 세 개 쌓였습니다. 3시간 14분, 4시간 43분, 5시간 51분.

세 개를 순서대로 걸어놓고 다른 일을 했습니다. 앞의 둘은 잘 끝났습니다. 각각 33분, 29분 걸렸고요.

세 번째가 시작도 못 하고 죽었습니다.

Unable to allocate 4.24 GiB for an array

“4.24기가짜리 자리를 못 만들겠다”는 말입니다.

황당했던 건, 일주일 전에 5시간 13분짜리를 같은 컴퓨터에서 돌렸고 멀쩡히 됐다는 겁니다. 38분 만에요. 그때 메모까지 남겼습니다. “5시간이면 40분쯤.”


헤맨 지점

처음엔 메모리가 부족한 줄 알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19.4기가가 놀고 있었습니다. 4.24기가를 못 만든다는데 19기가가 비어 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이 잡아먹었나 싶어 세 개를 연달아 돌린 걸 의심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앞의 둘은 이미 끝나서 종료된 상태였고요.

한참 보다가 숫자를 다시 읽었습니다.

길이결과
5시간 13분✅ 38분 만에 완료
4시간 43분✅ 29분 만에 완료
5시간 51분❌ 시작도 못 함

38분 차이로 갈렸습니다.


원인 — 총량은 남았는데, 모양이 안 맞았습니다

변환 도구는 소리 트랙을 통째로 받아서 소리의 그림으로 한 번에 바꿉니다. 그런데 그 그림을 한 장으로 만듭니다. 길이가 늘면 그림도 같이 커지고, 5시간 중반 어디쯤에서 그림 한 장이 “연속으로 붙어 있는 4.24기가”를 요구하는 지점을 넘습니다.

핵심은 연속으로입니다.

메모리가 19기가 비어 있어도 그게 잘게 쪼개져 흩어져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창고에 빈자리가 아무리 많아도 선반 하나가 통으로 비어 있지 않으면 긴 널빤지는 못 넣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모양이 안 맞는다”는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총량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건 이 도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엑셀이 「메모리가 부족합니다」를 띄우는데 작업 관리자에는 여유가 있을 때, 큰 PDF를 AI에 올렸더니 「처리할 수 없습니다」가 뜰 때 — 대개 총량이 아니라 한 번에 통으로 삼켜야 하는 덩어리가 걸린 겁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좋은 걸로 바꾸면 되겠지」가 자주 빗나갑니다.


고친 방법

원본 파일은 안 건드리는 게 원칙입니다. 잘라서 덮어쓰면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파일은 그대로 두고, 컴퓨터 안에서만 90분씩 나눠서 순서대로 돌리게 바꿨습니다.

나누면 새로 생기는 문제가 둘 있는데, 둘 다 처리해야 결과가 쓸 만해집니다.

  • 말이 잘립니다. 90분 지점에서 딱 자르면 그 순간 하던 말이 반토막 납니다. → 조각을 2초씩 겹쳐서 자르고, 겹친 데서 같은 말이 두 번 적히면 하나를 버리게 했습니다.
  • 시각이 어긋납니다. 두 번째 조각은 자기 기준으로 「0분 12초」지만 전체로는 「1시간 30분 12초」입니다. → 조각의 시작 위치를 더해 전체 기준으로 고쳐 적게 했습니다.

나눠서 처리할 때는 이 두 가지가 늘 따라옵니다. 큰 파일을 쪼개 AI에게 넘기실 때도 똑같습니다 — 경계에서 잘린 문장, 그리고 조각 안에서만 맞는 번호. 둘 다 안 맞춰두면 합칠 때 티가 납니다.


그래서 바꾼 것 — 재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기가 이번 주에 실제로 바꾼 부분입니다. 코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을 바꿨습니다.

5시간이 넘는 파일은, 될지 안 될지 재보지 않고 처음부터 잘라서 돌립니다.

전에는 이랬습니다. “일단 통으로 넣어보고, 안 되면 그때 자르자.”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통으로 되면 손이 덜 가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계산해 보니 그 합리성이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 잘라서 돌리면 손해가 거의 없습니다.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고, 결과물도 같습니다.
  • 통으로 넣어보다 실패하면 대기 시간을 통째로 버립니다. 이번엔 그걸 밤 11시에 알았고요.

즉 확인하는 비용이, 안전한 길로 가는 비용보다 컸습니다. 이 조건이면 확인은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저는 이 판단을 자주 반대로 합니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때”는 대개 좋은 태도인데, 안 될 때 잃는 게 클 때는 나쁜 태도가 됩니다.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하려면 “안 되면 뭘 잃나”를 먼저 세어봐야 하는데, 저는 그걸 잘 안 셉니다.


남은 생각 — “됐던 것”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건에서 제일 오래 남은 건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5시간 13분이 됐다고 해서, 5시간대가 안전한 게 아니었습니다. 38분 더 길어지니까 안 됐습니다. 저는 그 사이 어디에 선이 있는지 몰랐고, 터지고 나서야 선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건 미리 알 방법이 없습니다. 문서에 “5시간 30분까지만 됩니다”라고 안 적혀 있거든요. 넣어보고 죽어봐야 압니다.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런 도구를 쓸 때 제일 억울한 지점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길어서 안 되는 건데, 에러 메시지는 그렇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4.24기가를 못 만들겠다”고만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자기가 뭘 잘못 눌렀다고 생각하고, 몇 번 더 눌러보다가 그 도구를 접습니다.

제가 노트북이 그 도구를 버틸 수 있느냐를 쓴 적이 있는데, 그건 장비가 모자란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건은 다릅니다. 장비는 충분했습니다. 한계가 어디인지 아무 데도 안 적혀 있었을 뿐입니다.

AI 도구를 업무에 붙이실 때 이 자리를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문서에 적힌 기능 목록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지만, “어디까지 하면 죽는가”는 거의 안 적혀 있습니다. 파일 몇 개까지, 몇 쪽까지, 몇 분까지. 그건 대개 각자 부딪혀서 알아내고, 알아낸 사람도 어디에 안 적어둡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것을 적어뒀습니다. 한 줄로, 그 스크립트 안에요. 옆 파일에 적어두면 다음번에 안 열어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모르는 것

정직하게 남겨둡니다.

  • 정확히 몇 시간 몇 분에서 갈리는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4시간 43분과 5시간 51분 사이 어딘가입니다.
  • 메모리를 더 꽂으면 그 선이 뒤로 밀리는지도 확인 안 했습니다.

급하지 않습니다. 잘라서 돌리면 어차피 안 만나는 벽이라서요. 모든 걸 다 알아낼 필요는 없고, 안 만나도 되는 벽은 안 만나면 됩니다.

무료 이북 표지. 제목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무료 배포판 v1.0.
데스크톱판 52쪽 · 모바일판 101쪽

무료 이북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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