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잘 모르는 분야인데, AI가 준 답으로 말해도 될까요?
- AI활용
- 일하는방식
- 질문함
- 검증
- 커뮤니케이션
이 코너는 교육장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에 하나씩 답합니다. 10년 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다 보면, 그 질문이 왜 계속 나오는지도 같이 보입니다.
네 번째 질문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제가 그 분야를 잘 모르는데요. AI한테 물어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이거 그대로 말해도 됩니까?”
기획자가 기술 문서를 만들고, 영업이 제조 공정 자료를 만들고, 교육 담당자가 처음 보는 업종의 과정을 설계합니다. 예전에는 못 하던 일이고, 지금은 됩니다. 그래서 이 질문이 생겼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도 됩니다. 다만 문장을 바꿔야 합니다.
1. 이 질문은 「맞나요」를 묻는 게 아닙니다
많은 분이 이 상황에서 검증을 떠올리십니다. AI 답이 맞는지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맞는 접근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모르는 분야는 검증도 못 합니다. 검증하려면 무엇이 이상한지 알아야 하는데, 그걸 알면 애초에 모르는 분야가 아니죠. 출처를 찾아 대조할 수는 있지만, 그 출처가 그 현장에서 통하는 기준인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그러니 이 질문이 실제로 묻는 건 이겁니다.
“한 걸음 더 들어온 질문이 왔을 때, 제가 버틸 수 있습니까?”
발표든 회의든, 자료를 다 읽고 나면 반드시 이런 게 옵니다. “그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 “저희는 그 기준 안 씁니다만.”
그 순간 갈립니다. 그리고 갈리는 기준은 답이 맞았느냐가 아닙니다. 답이 맞아도 무너지고, 답이 틀려도 안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2. 갈리는 선은 「내가 방어할 수 있는 문장인가」입니다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자료 안에 결론 슬라이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AI에게 데이터를 주고 분석시켜서 받은 문장이었고,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조건은 △△ 이상, □□시간 이상이어야 합니다.”
깔끔하고, 구체적이고, 그럴듯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방어할 수 없는 문장이었습니다.
누가 “저희 라인은 그렇게 안 합니다”라고 하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설명할 수 없고,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 분야를 아는 사람이 서른 명 앉아 있는 방에서요.
여기서 제가 한 건 그 장을 지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데이터도 분석도 멀쩡했거든요.
바꾼 건 그 문장이 누구의 것인가입니다.
“제가 판단 기준 칸에 「400 이상」이라는 한 줄을 넣었습니다. AI는 그 선으로 잘라서 이 답을 냈습니다. 그 한 줄을 안 넣었으면 AI가 알아서 선을 정했을 거고, 다른 숫자가 나왔을 겁니다. 400이 맞는지는 제가 아니라 여러분 규격서가 압니다.”
같은 화면, 같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주장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전: “이 값이 맞습니다” ← 제가 모르는 것
- 후: “제가 이걸 넣었더니 저게 나왔습니다” ← 제가 직접 한 것
뒤쪽은 제가 100% 방어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400이 맞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면, 그건 반박이 아니라 제가 원하던 반응이 됩니다.
3. 그래서 하는 일 — 결론을 「내 입력의 그림자」로 되돌립니다
일반화하면 이렇습니다.
모르는 분야에서는 「무엇이 참인가」를 말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넣었더니 무엇이 나왔는가」를 말하십시오.
문장 하나만 바꾸면 됩니다. 자료를 다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 이렇게 말고 | 이렇게 |
|---|---|
| ”업계 평균은 ○○입니다" | "제가 찾은 자료 세 건에서는 ○○로 나왔습니다. 여러분 체감과 맞습니까?" |
| "이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 "「비용 최소화」를 조건으로 넣었더니 이 방식이 나왔습니다. 조건을 바꾸면 답도 바뀝니다" |
| "○○ 기준은 △△입니다" | "제가 △△를 기준으로 잡고 계산했습니다. 실제 기준은 여러분 문서가 압니다” |
차이는 검증량이 아니라 주어입니다. 왼쪽의 주어는 세상이고, 오른쪽의 주어는 저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하나가 더 따라옵니다. 오히려 요점이 선명해집니다. 제 경우에는 그 장이 자료 전체에서 말하려던 것 — “AI의 답을 바꾸는 건 조건 한 줄이다” — 을 숫자로 증명하는 유일한 자리가 됐습니다. 방어하려고 문장을 바꿨는데 논지가 더 좋아졌습니다.
4. 그런데도 하면 안 되는 세 가지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선이 있습니다.
㉮ 상대가 그 값으로 실제 결정을 내릴 자리라면, 하지 마십시오. 설명이나 예시로 쓰는 것과, 그 숫자가 판단 근거가 되는 건 다릅니다. 후자라면 그 분야 사람의 확인을 받고 가야 합니다. 문장을 바꾸는 걸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 안전·법규·규정이 걸린 자리는 하지 마십시오. 여기는 “제가 이렇게 넣었더니”로 물러설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 모르는 걸 아는 척하려고 이 방법을 쓰지 마십시오. 이건 모르는 걸 정직하게 처리하는 방법이지, 모르는 걸 가리는 방법이 아닙니다. 가리려고 쓰면 결국 같은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5. 「모른다」와 「안 다룬다」는 목소리가 다릅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방법의 진짜 값은 질문이 왔을 때 도망갈 자리가 생긴다는 게 아닙니다. 질문이 왔을 때 정확한 위치에서 멈출 수 있다는 겁니다.
- “그건 제가 판단할 자리가 아닙니다. 여러분 문서가 압니다.” ← 경계를 아는 사람
- “어… 그건 좀 복잡해서요.” ← 모르는 사람
듣는 사람은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합니다. 목소리가 다르거든요. 그리고 첫 번째로 말하려면 내가 무엇을 넣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건 제가 「쉽게 설명해줘」 다음에 한 번 더 시킬 것에서 다룬 것의 말하는 쪽 짝입니다. 그 글은 알고 안 말하기 위해 무엇을 더 받아둘까였고, 이 글은 모르는 걸 말해야 할 때 문장을 어디에 세울까입니다.
그리고 AI 답변을 끝까지 읽으시나요에서 저는 「검증할 수 있는 만큼만 맡길 수 있다」고 썼는데, 이 글은 그 명제의 다음 칸입니다. 검증이 산출물을 놓고 혼자 하는 일이라면, 이건 그 산출물을 들고 남 앞에 섰을 때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마무리
“모르는 분야인데 AI로 만들어도 되나요?”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만드는 건 됩니다. 그런데 만든 걸 그대로 주장하면 안 됩니다.
AI는 제가 모르는 분야의 결론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론을 방어하는 일은 넘겨줄 수 없습니다. 그 자리에는 제가 서니까요.
그래서 저는 결론을 넘기지 않고 입력을 보여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넣었는지는 제가 압니다. 무엇이 나왔는지도 제가 봤고요. 그 두 개 사이의 이야기는 그 분야를 몰라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 그 숫자가 현장에서 맞느냐 — 는 원래 제 몫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제 몫으로 끌어당긴 게 문제였던 거고요.
무료 이북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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