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분을 만들었는데, 들어보니 40분어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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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원고를 하나 써놓고, 눈으로만 읽어서는 흐름이 잘 안 보여서 소리로 바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읽어주는 도구에 넣고 파일로 뽑았습니다.
들어봤더니 중간중간 “별표별표”라고 읽습니다.
원인은 허무했습니다. 원고를 마크다운으로 썼거든요. 강조하려고 별표 두 개를 넣은 건데, 읽어주는 쪽에서는 그게 그냥 글자입니다. 세어보니 원고에 별표가 364개 있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많아지더군요. 쓰면서 점점 강조에 맛을 들인 겁니다.
이건 금방 고쳤습니다. 그런데 고치려고 원고를 다시 읽다가, 훨씬 큰 걸 발견했습니다.
1. 63분인데 40분어치였습니다
계속 같은 이야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전체 요약이 네 번 나옵니다. 다섯 번째 꼭지 끝에서 “수고하셨습니다”로 끝맺더니 여섯 번째가 또 시작합니다. 듣는 사람은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하는 거죠. 마지막의 질문 모음 스물두 개 중 열네 개가 앞에서 이미 한 말이었습니다.
분량으로 치면 63분짜리 안에 실제 내용은 40분쯤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되돌이였습니다.
여기서 저를 놀라게 한 게 하나 있습니다. 중복 검사를 돌렸는데 안 잡혔습니다.
다섯 어절이 연속으로 겹치는 걸 세는 방식으로 재봤습니다. 결과 1.1%. 아주 깨끗한 숫자입니다. 이 숫자만 보면 잘 쓴 원고입니다.
왜 안 잡혔냐면 — 재탕이 표현을 바꿔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얘기를 두 번째 할 때 사람은 똑같이 안 씁니다. 조금 다르게 씁니다. 그래서 어구는 안 겹치는데 주제는 세 번 나옵니다.
2. 어구로 세지 말고 주제로 세야 보입니다
방식을 바꿨습니다. 문장을 비교하는 대신 다루는 주제를 목록으로 뽑아놓고, 그게 몇 번째 꼭지에 걸쳐 나오는지 세었습니다.
그제야 보였습니다. 어떤 주제는 세 곳에, 어떤 주제는 네 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하나를 여러 군데에 쪼개놨으니 들을 때마다 겹치는 게 당연했습니다.
이 지점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자동 검사는 「같은 말을 했나」를 봅니다. 문제는 「같은 데를 또 갔나」입니다.
제가 「다 고쳤다」는 검색으로 증명되지 않는다에서 비슷한 자리를 다뤘는데, 거기는 내가 물어본 문자열만 답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번은 한 칸 더 갑니다 — 검사기가 볼 수 있는 단위(어절)와 내가 걱정하는 단위(주제)가 애초에 다릅니다. 검색어를 잘 고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세는 대상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3. 범인은 게으름이 아니라 한 문장이었습니다
여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원고를 뒤지다가 반복이 시작된 자리를 찾았습니다. 두 번째 꼭지에 이 문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데서 멈추는 게 낫습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할게요.”
이 한 마디가 빚입니다.
미뤘으니 뒤에서 갚아야 합니다. 네 번째에서 갚고, 다섯 번째 질문 모음에서 또 갚았습니다. 저는 그걸 “보충 설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에게는 “아까 그거 또 하네”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반복은 게을러서 생기는 게 아니라 미뤄서 생깁니다. 그 자리에서 끝내면 갚을 게 없습니다.
그리고 미루는 순간에는 이게 좋은 판단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흐름이 끊기니까, 여기서 길게 설명하면 지루하니까, 뒤에 더 적당한 자리가 있을 것 같으니까. 전부 그럴듯합니다.
문제는 미룬 걸 기억하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겁니다. 나는 “아까 미뤘던 걸 이제 갚는다”고 느끼는데, 상대는 그 맥락이 없습니다. 상대에게는 그냥 두 번째로 듣는 같은 이야기입니다.
4. 고친 방법 — 칸을 정해두고 그 자리에서 닫습니다
해결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미룰 데를 없앴습니다.
주제 하나를 다룰 때 채워야 할 칸을 미리 정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잡았습니다.
무엇인가 / 언제 쓰나 / 잘하는 것 / 무너지는 지점 / 자주 나오는 질문
다섯 칸입니다. 그리고 한 주제에 대해 이 다섯 칸을 그 자리에서 다 채웁니다.
칸이 정해져 있으면 미룰 데가 없습니다. 쓰다가 “이건 나중에”가 나오면, 그건 미루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칸이 아직 안 끝났다는 신호입니다. 신호로 읽으면 바로 처리하게 됩니다.
칸 이름은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목록의 내용이 아니라 목록이 있다는 것입니다.
- 보고서: 항목마다 「현황 / 원인 / 대안 / 판단 요청」을 그 자리에서 닫습니다. “자세한 건 뒤에서”를 안 씁니다.
- 회의: 안건 하나를 열었으면 결론이든 보류 사유든 그 자리에서 적습니다. “다음에 다시 논의”가 쌓이면 다음 회의의 절반이 지난 회의 복습이 됩니다.
- 발표·교육: 질문이 들어왔을 때 “그건 뒤에 나옵니다”를 두 번 이상 쓰면, 뒤에서 그만큼 되돌이가 생깁니다.
5. 그리고 같은 실수를 작은 규모로 또 했습니다
이 부분을 안 적으면 정직하지 않을 것 같아 적습니다.
칸을 다섯 개로 나눠 다시 썼는데, 마지막 칸(자주 나오는 질문)이 앞의 네 칸을 다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구조를 고쳐놓고 그 안에서 똑같은 짓을 한 겁니다. 규모만 작아졌지 형태는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칸은 설명을 빼고 현장에서 입으로 나갈 한 줄만 남겼습니다. 앞 칸의 요약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실제로 할 말 하나요.
여기서 배운 게 있습니다. 구조를 바꿨다고 습관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틀을 짜면 큰 반복은 막히는데, 작은 반복은 그 틀 안으로 따라 들어옵니다. 그래서 틀을 짠 다음에도 한 번은 같은 눈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6. 이건 「재료가 같아서」 생기는 겹침과 다릅니다
구분을 하나 하겠습니다.
몇 주 전에 주제를 관리하다가 재료의 출처를 관리하기로 했다는 글을 썼습니다. 제 글들이 제목은 다 다른데 한 덩어리로 읽히던 문제였고, 원인은 전부 같은 곳에서 재료를 가져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은 원인이 다릅니다.
- ㉮ 재료가 같아서 겹칠 때 — 출처를 늘리면 풀립니다. 입구의 문제입니다.
- ㉯ 미뤄서 겹칠 때 — 출처를 늘려도 안 풀립니다. 순서와 마감의 문제입니다.
㉯를 ㉮로 오해하면 자료를 더 모으게 되는데, 그러면 분량만 늘고 되돌이는 그대로 남습니다. 저는 이번에 자료를 하나도 더 안 모으고 63분을 21분·17분·16분 세 개로 나눴습니다. 내용을 뺀 게 아니라 갚을 빚을 없앤 겁니다.
나눈 데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30분이 넘어가면 한 번에 안 듣게 됩니다. 두 번에 나눠 듣게 되고, 다시 들을 때 앞부분을 또 듣습니다. 그러면 반복이 재생 습관에서 한 번 더 겹칩니다. 원고에서 되돌이를 걷어내도, 길이가 길면 듣는 쪽에서 되돌이가 다시 생기는 겁니다.
마무리 — AI로 만들수록 더 잘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이걸 짚고 싶습니다. AI로 문서를 만들면 이 문제가 더 잘 생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미루라고 하면 미루고, 갚으라고 하면 갚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같은 얘기를 세 번 쓰다 보면 지겨워서 멈추는데, AI는 안 지겨워합니다. 시키는 대로 매번 성실하게 다시 씁니다. 그리고 매번 조금씩 다르게 씁니다 — 그래서 검사에도 안 걸립니다.
그러니 AI에게 긴 문서를 맡기실 때 한 줄을 더 붙이시면 좋겠습니다.
“각 절은 그 절 안에서 완결시켜줘. 「뒤에서 다시 다룬다」는 표현을 쓰지 말고, 다뤄야 하면 지금 다뤄줘.”
그리고 다 만든 다음에는 문장을 비교하지 마시고, 주제 목록을 뽑아 몇 군데에 나오는지 세어 보십시오. 두 곳 이상에 나오는 주제가 있으면, 그중 하나는 미룬 자리입니다.
저는 이번에 별표 364개를 고치러 갔다가 23분을 덜어냈습니다. 별표는 눈에 보이는 결함이었고, 되돌이는 안 보이는 결함이었습니다. 안 보이는 쪽이 훨씬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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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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