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줄 예시 답변 끝에, 제 개인 메일 규칙이 붙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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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따라 할 예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AI 도구에 간단한 웹 화면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그 답변을 그대로 예시로 쓸 생각이었죠.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화면도 돌아가고 설명도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답변 맨 끝에 이상한 문장이 한 줄 붙어 있었습니다. 메일을 쓸 때 받는 사람과 제목을 어디에 적으면 된다는 안내였어요. 만들어 달라고 한 화면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말이었죠.
낯이 익었습니다. 제가 저 혼자 쓰려고 적어 둔 메일 규칙이었거든요.
한눈에 보기
핵심내 컴퓨터에서 잘 나온 AI 결과에는, 받는 사람에게 없는 내 설정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컴퓨터받는 사람 컴퓨터
- 내 컴퓨터: 개인 지침 파일을 조용히 읽음 받는 사람 컴퓨터: 그 파일이 없음
- 내 컴퓨터: 기본 모델이 상위 모델로 잡혀 있음 받는 사람 컴퓨터: 모델이 다를 수 있음
바로 할 일넘기기 전에, 개인 맞춤 설정을 뺀 환경에서 받는 사람 모델로 한 번 더 돌리기
1. 도구가 제 개인 지침을 읽고 있었습니다
요즘 AI 도구에는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먼저 읽는 규칙 메모를 넣어 둘 수 있습니다. ChatGPT의 맞춤 지침 같은 것이죠. 저는 이런 메모를 파일로 만들어 컴퓨터에 두고 씁니다.
확인해 보니 그 도구는 자기 전용 지침 파일이 없으면, 제 컴퓨터에 있던 다른 도구용 지침 파일을 대신 읽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설정한 적은 없습니다. 그 환경에서는 그렇게 동작하고 있었는데, 저만 몰랐던 겁니다.
그 파일에는 그동안 쌓아 온 제 규칙이 들어 있습니다. 문장 스타일, 파일을 다루는 방식, 메일 쓰는 형식 같은 것들이요. 저한테는 편한 규칙입니다. 그런데 예시를 받아 볼 사람의 컴퓨터에는 그 파일이 없습니다.
같은 날 다른 도구에서도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모델을 따로 적지 않고 돌렸는데, 나중에 보니 기본으로 잡혀 있던 모델이 상위 모델이었습니다. 예시를 받을 사람이 같은 모델을 쓴다는 보장은 없었고요.
그날 제가 만든 멀쩡한 결과들에는 보이지 않는 재료가 두 가지 섞여 있었던 셈입니다. 제 개인 지침, 그리고 기본값으로 잡혀 있던 상위 모델입니다.
메일 규칙 한 줄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적어도 지침 쪽은 모른 채 넘겼을 겁니다.
2. 티 나지 않는 개인 설정이 더 많습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규칙이 엉뚱한 자리에 붙어서 눈에 띄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적어 둔 지침 중 상당수는 이렇게 티가 나지 않는 종류입니다. 「짧게 써 달라」, 「표로 정리해 달라」, 「존댓말로」 같은 지침은 결과를 더 좋아 보이게 만듭니다. 상위 모델도 마찬가지고요. 이상한 점이 없으니 의심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받는 사람 쪽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똑같이 넣었는데, 저는 이렇게 안 나오는데요.”
이때 우리는 보통 받는 사람의 입력을 먼저 의심합니다. 오타가 있었나, 순서를 바꿨나. 그런데 이번에는 입력이 아니라 돌리는 환경이 달랐습니다. 같은 요청을 넣어도 제 컴퓨터와 상대 컴퓨터는 깔린 지침도, 기본 모델도 달랐던 거죠.
「사고는 바꾼 것이 아니라 안 바꾼 것에서 납니다」에서는 오래 둔 지침이나 남이 만든 봇에 지난 규칙이 남아, 내가 받아 쓰는 결과를 기울게 하는 문제를 썼습니다. 이번엔 방향이 반대입니다. 내가 넘기는 결과에는 내 설정의 흔적이 섞이고, 그 결과를 만든 설정은 받는 사람에게 따라가지 않습니다.
3. 그래서 넘기기 전에 개인 설정을 뺀 방에서 한 번 돌립니다
제가 바꾼 건 하나입니다. 넘기기 전에 한 번은 개인 설정을 뺀 상태로 다시 돌립니다. 맞춤 지침과 메모리(대화 내용을 기억해 두는 기능)를 끄고, 받는 사람이 쓸 모델로요.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습니다. 이번처럼 도구가 컴퓨터에 있는 지침 파일을 읽는 경우라면, 새 대화창을 여는 것만으로는 안 빠집니다. 그 파일을 읽지 않게 하는 설정을 찾아 켜거나, 그게 안 되면 개인 설정이 없는 다른 계정이나 다른 컴퓨터에서 돌려 봐야 합니다.
저는 그 도구가 개인 지침 파일을 읽지 않도록 설정을 바꾼 뒤 다시 돌렸고, 그제야 메일 규칙이 사라졌습니다.
결과가 같으면 안심하고 넘깁니다. 다르면 그 차이가 곧 받는 사람에게 따로 알려 줘야 할 조건입니다. 차이를 알고 넘기면, 받는 사람이 막혔을 때 “그 부분은 이 설정 때문이에요”라고 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개인 지침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도 계속 씁니다. 신경 쓸 때는 남에게 넘길 때뿐입니다. 팀에 템플릿을 배포할 때, 동료에게 “이렇게 넣으면 돼요”라고 알려 줄 때, 발표 자료에 예시로 넣을 때요.
마무리
제 컴퓨터는 저에게 맞춰 길들여진 방입니다. 그 방에서 나온 결과는 당연히 저한테 잘 맞습니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AI 예시를 넘기실 일이 있으면, 한 번만 이렇게 해 보십시오.
맞춤 지침 · 메모리 · 지침 파일처럼 확인 가능한 개인 맞춤 설정을 뺀 환경에서, 받는 사람이 쓸 모델로 한 번 더 돌려 보기.
결과가 같으면 그대로 넘기시면 됩니다. 다르면 그 차이를 한 줄로 적어서 같이 넘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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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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