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모델로 바꿨는데, 결과는 나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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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좋다길래 바꿨는데, 예전만 못해요”
요즘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새 모델이 나왔고, 좋다는 이야기가 많길래 바꿨는데, 이상하게 예전만 못하다는 겁니다.
저는 쓰던 모델이 바뀌면 늘 하는 게 있습니다. 제 일 중에 몇 개를 골라, 예전과 똑같은 지시문으로 다시 돌려 봅니다. 과정 설계 하나, 글 초안 하나, 코드 하나. 그러면 그 모델이 제 일에서 실제로 어떤지 금방 보입니다.
그러다 이런 일을 만납니다. 발표된 점수는 분명히 올랐는데, 제 손에 들어오는 결과는 전보다 아쉽습니다. 특히 방향을 잡거나 글의 결을 다듬는 일에서요.
처음 들으면 이상합니다. 더 좋아진 게 어떻게 더 나빠지죠?
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좋아진 방향이 내가 하는 일 쪽이 아니었던 겁니다.
1. 새 모델은 ‘전보다 다 잘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새 모델이 나오면 이렇게 상상합니다. 예전 모델을 통째로 한 칸 위로 올린 것. 그래서 무슨 일을 시키든 조금씩 다 나아진 것.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새 모델은 어느 쪽으로 더 다듬어져 나옵니다.
만든 회사들이 이걸 숨기지도 않습니다. 새 모델 발표문을 읽어 보면 이번에 무엇을 좋게 만들었는지 자기 입으로 말합니다. 코딩, 도구 사용, 수학, 긴 작업 처리처럼요. 그 목록에 없는 항목은 “나빠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더 좋아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증거는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여러 모델을 같이 팝니다. 하나가 모든 면에서 이겼다면 나머지를 팔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 개를 나란히 두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서로 잘하는 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새 모델이 코딩과 계산 쪽으로 다듬어졌다면, 그쪽 일을 하는 사람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같은 시기에 기획서를 쓰고 방향을 잡는 사람은 “왜 예전만 못하지”라고 느낍니다. 둘 다 맞는 말입니다. 같은 모델을 서로 다른 일에 쓰고 있으니까요.
신발로 바꿔 보면 쉽습니다. 최신 러닝화는 예전 등산화보다 비싸고 기술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걸 신고 산에 가면 발이 아픕니다. 신발이 나쁜 게 아닙니다. 그 신발이 잘하는 일이 그게 아닐 뿐입니다.
2. 그럼 “모델 말고 쓰는 법”은 틀린 말인가요
제가 얼마 전에 모델을 바꾸기 전에 쓰는 법을 바꾸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와 부딪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짚고 갑니다.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걸 말합니다.
- 그때 말린 것은 위로 갈아타기입니다. 결과가 아쉬우니 더 비싸고 더 새로운 걸로 올리자는 충동이요. 이건 대개 답이 아닙니다. 맥락을 안 줬거나, 웹을 안 확인시켰거나, 검증을 안 한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 오늘 말하는 것은 옆으로 맞추기입니다. 등급을 올리는 게 아니라 종류를 바꾸는 것이요.
그래서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쓰는 법을 봅니다. 원하는 걸 제대로 설명했는지, 필요한 자료를 줬는지, 나온 걸 확인했는지. 여기서 해결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결이 어긋난다면, 그때는 모델 종류를 의심할 차례입니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모델 고르기는 더 좋은 걸 고르는 일이 아니라, 맞는 걸 고르는 일입니다.
3. 기준은 작업 이름이 아닙니다
여기서 많이들 이렇게 나눕니다. “보고서 쓰기는 A, 엑셀은 B, 코딩은 C.”
이 방식은 얼마 못 갑니다. 같은 “보고서 쓰기”라도 전략 방향을 잡는 보고서와 숫자를 정리하는 보고서는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작업 이름 대신 이걸 봅니다. 이 일은 잘못될 때 어디서 잘못되나.
| 이 일은 어디서 틀어지나 | 어떤 일이 그런가 | 무엇을 고르나 |
|---|---|---|
| 방향을 잘못 잡는다 | 기획, 전략 판단, 과정 설계 | 제일 깊이 생각하는 모델 |
| 문장의 결이 무너진다 | 글, 스크립트, 안내문 | 문장이 좋은 모델 |
| 사실이나 계산이 틀린다 | 코딩, 데이터 처리, 양식 맞추기 | 정확한 쪽으로 다듬어진 모델 |
| 느리고 비싸다 | 요약, 형식 변환, 반복 작업 | 가볍고 빠른 모델 |
| 정보가 낡았다 | 최신 동향, 조사 | 여기는 모델로 안 고쳐집니다 |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정보가 낡아서 생기는 문제는 모델을 바꿔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최신 모델이라도 학습이 멈춘 시점이 있고, 그 뒤의 일은 모릅니다. 이건 웹을 확인시키는 것, 즉 쓰는 법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표는 “모델을 바꾸면 다 된다”는 표가 아닙니다. 모델을 바꿔서 되는 칸과 안 되는 칸을 나누는 표입니다.
4. 표를 못 외워도 됩니다 — 질문 세 개
현장에서는 표를 펴 놓고 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 가지만 묻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 5초면 됩니다.
① 내가 원하는 결과를 한 문장으로 쓸 수 있나요? 못 쓰겠다면, 그건 아직 답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잡는 일입니다. 제일 깊이 생각하는 모델을 씁니다. 그리고 답을 받으려 하지 말고 같이 정리해 달라고 합니다.
② 맞았는지 기계로 확인되나요? 코드가 돌아간다, 합계가 맞는다, 형식이 규격에 맞는다처럼요. 확인이 되는 일이면 정확한 쪽으로 다듬어진 모델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이게 잘 쓴 글인가”처럼 사람이 읽어야 아는 일이라면 그쪽은 다른 모델의 자리입니다.
③ 같은 걸 열 번 넘게 할 일인가요? 그렇다면 가볍고 빠른 모델로 내려도 손해가 거의 없습니다. 회의록 정리, 형식 바꾸기, 메일 초안 같은 일에 제일 비싼 모델을 붙이는 건, 마트 장 보러 가면서 트럭을 부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세 질문 모두 모델에 대한 질문이 아닙니다. 내 일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게 핵심입니다.
5. 모델 이름은 화면에서 사라지는 중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습니다. 앞으로는 모델을 고를 일 자체가 줄어들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화면에서 모델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가 이튿날 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선택 기능이 없어진 건 아니고 지금도 이름으로 고를 수 있습니다. 다만 화면 앞에 놓이는 선택지가 모델 이름이 아니라 “빠른 응답 / 깊이 생각” 같은 응답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델 이름을 앞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걸 “이제 안 골라도 되겠네”로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겁니다. 사라진 건 이름이지 선택이 아닙니다.
질문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예전엔 “무슨 모델 쓰세요?”였고, 이제는 “이거 빨리 받을 일이에요, 깊게 볼 일이에요?”입니다. 그리고 뒤쪽 질문에는 도구가 대신 답해 줄 수 없습니다. 지금 하려는 이 일이 어떤 일인지는 그 일을 하는 사람만 압니다.
오히려 이름이 사라질수록 남는 몫이 분명해집니다. 모델 이름을 외운 지식은 값이 빨리 떨어지고, 내 일이 어떤 일인지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그대로 남습니다.
마무리 — 지금 이 일은, 어디서 틀어지나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새 모델은 전보다 다 잘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쪽으로 더 다듬어져 나옵니다. 그래서 순위표에서 올라간 모델이 내 일에서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건 모델이 나빠진 게 아니라 결이 어긋난 겁니다.
그렇다고 매번 최신으로 갈아탈 필요도 없습니다. 결과가 아쉬울 때 먼저 볼 것은 여전히 쓰는 법입니다. 그래도 계속 어긋난다면, 그때 종류를 바꿉니다.
모델 이름은 반년이면 또 바뀝니다. 오늘 외운 이름은 내년에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데 내 일을 어디서 틀어지는지로 나눠 보는 습관은 모델이 몇 번 바뀌어도 그대로 씁니다. 새 모델이 나오면 이름을 외우는 대신, 내가 이미 나눠 둔 칸에 넣어 보면 되니까요.
그래서 모델 선택은 좋은 모델을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내 일이 어디서 틀어지는지 아는 일입니다.
지금 하려는 그 일은, 어디서 틀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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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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