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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짜준 일정표는, 합계가 항상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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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AI가 만든 표는 언제나 합계가 맞습니다

AI에게 이런 걸 시켜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네 시간짜리 교육 과정을 설계해줘.” / “이 워크숍 하루 일정 좀 짜줘.” / “이 프로젝트 8주 계획을 표로 만들어줘.”

결과물은 대개 훌륭합니다. 블록이 나뉘고, 각 블록에 시간이 붙고, 합계가 정확히 맞습니다. 240분짜리를 시키면 240분이 나옵니다. 8주를 시키면 8주가 나오고요.

여기서 제가 오래 착각한 게 있습니다. 합계가 맞는다는 사실을 계획이 성립한다는 신호로 읽은 것입니다.

그런데 합계 맞추기는 산수입니다. AI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숫자를 나눠 담는 일이라 안 틀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 표가 절대 보증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 블록을 채울 것이 내 손에 있는가.

이건 AI가 알 수 없습니다. 제 자료가 몇 장인지, 그 한 장을 설명하는 데 몇 분이 걸리는지, 실습 하나에 사람들이 얼마나 붙잡고 있을지를 모르니까요. 모르는 채로도 표는 예쁘게 나옵니다.


1. 그래서 AI에게 반대 방향의 일을 시켰습니다

네 시간짜리 일정을 하나 짰습니다. 13시 시작, 17시 종료. 블록을 나누고 각각 몇 분인지 적었고, 합계는 정확히 240분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보통 “일정을 짰다”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대개 여기서 멈추고요.

이번에는 한 단계를 더 했습니다. AI에게 만드는 일 대신 재는 일을 시켰습니다.

  • ❌ “이 교육 시간표를 짜줘” — 배분표가 나옵니다. 합계는 맞습니다.
  • ✅ “내가 만들어 둔 자료를 한 장씩 훑어서, 각 장에 걸릴 시간을 쌓아 올려줘. 그리고 그 합이 240분을 채우는지 봐줘.”

두 번째는 AI가 제가 이미 가진 것을 재는 일입니다. 없던 숫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던 것을 세는 거죠. 그리고 이런 계산은 사람이 손으로 하기엔 지루하고 실수가 많은데, 기계는 지치지 않습니다.

여기에 조건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니 세 가지로 계산해달라고요. 빠름 / 보통 / 느림입니다. 실습에는 0.70 / 1.00 / 1.35, 말로 진행하는 부분에는 0.90 / 1.00 / 1.10을 곱했습니다.


2. 결과 — 한 시간 가까이 비어 있었습니다

배정한 시간과 채울 내용은 다르다 계획표에 적힌 시간은 세 차시 모두 240분입니다. 그 기준선을 가로로 그었습니다. 왼쪽 막대는 첫 제작본입니다. 조작이 빠른 집단을 기준으로 장별 소요를 쌓아 계산하면 1차시 183분, 2차시 177분, 3차시 184분이 나옵니다. 세 차시 모두 기준선에 한참 못 미치고, 차이는 56분에서 63분입니다. 오른쪽 막대는 차시마다 선택 실습 세 개를 신설한 뒤입니다. 1차시 246분, 2차시 250분, 3차시 260분으로 기준선을 넘어섭니다. 계획표에는 처음부터 240분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사실은 부족을 하나도 막지 못했습니다. 계획표엔 240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첫 제작본 선택 실습을 넣은 뒤 — 둘 다 「조작이 빠른 집단」 기준으로 쌓아 계산한 값 240분 183 246 1차시 57분 모자람 → 채움 177 250 2차시 63분 모자람 → 채움 184 260 3차시 56분 모자람 → 채움 이 빈칸은 계획표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시간을 배정한 것과, 그 시간을 채울 것이 있는 것은 다릅니다.
점선 사각형이 첫 제작본의 빈칸입니다. 계획표에는 처음부터 240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봐야 할 건 「빠름」 쪽입니다. 느린 집단에서 시간이 모자라는 건 현장에서 줄이면 됩니다. 위험한 건 반대쪽이에요. 빠른 집단에서 일찍 끝나면 그날은 메울 방법이 없습니다.

덩어리계획빠른 집단에서 실제로 쌓이는 시간차이
1차시240분183분−57분
2차시240분177분−63분
3차시240분184분−56분

세 번 다 한 시간 가까이 빕니다. 계획표에는 분명히 240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이건 “계획을 대충 짰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계획표는 잘 짜여 있었습니다. 블록도 나뉘어 있고 합계도 맞았어요. 다만 그 표가 적고 있던 건 얼마를 배정했는가였고,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건 그 배정을 채울 것이 있는가였습니다. 둘은 다른 정보인데 같은 표에 같은 숫자로 적힙니다.


3. 제가 버퍼라고 믿었던 것은 버퍼가 아니었습니다

계산에서 제일 뼈아팠던 건 부족분 자체가 아니라 왜 몰랐는가였습니다.

저는 대비를 해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료 중간중간에 “먼저 끝내신 분을 위한 도전 과제”를 넣어뒀거든요. 빨리 끝나면 저걸 하면 되니 괜찮다고 여겼습니다.

계산해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건 버퍼가 아닙니다.

도전 과제는 먼저 끝낸 개인만 흡수합니다. 스무 명 중 세 명이 빨리 끝났을 때는 완벽하게 작동하죠. 그런데 집단 전체가 빠를 때는 아무 역할도 못 합니다. 스무 명이 다 같이 10분 일찍 끝나면 다들 도전 과제를 하고 또 같이 끝납니다. 전체 시간은 1분도 안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저는 개인 편차용 장치를 집단 부족용 대비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착각은 재보기 전까지 절대 안 드러납니다. 장치가 있긴 있으니까요.

같은 구분이 회사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여유를 뒀다”고 할 때 그 여유가 누구의 편차를 흡수하는지 물으면 갈립니다.

  • 개인 편차 흡수 — 먼저 끝낸 사람이 할 일, 자율 시간, 개인 과제
  • 집단 부족 흡수 — 전원이 같이 하는 블록

앞의 것을 아무리 쌓아도 뒤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획표에는 둘 다 그냥 “예비”라고 적힙니다. AI에게 계획을 시키면 이 구분도 당연히 안 해줍니다. 물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4. 고친 방식 — 자르지 않고, 시계를 줍니다

부족분을 확인한 뒤 전원이 같이 하는 블록을 덩어리마다 세 개씩 신설했습니다. 「빠름」 값이 246 / 250 / 260분이 됐습니다.

그러면 반대 문제가 생깁니다. 넣었으니 넘칠 텐데 뭘 뺄 것인가.

여기서 흔한 실수를 피하려고 신경을 썼습니다. 미리 잘라두지 않는 것입니다. 사전에 “이건 뺀다”고 정하면 안 잘라도 될 것까지 버립니다. 그날 그 집단이 얼마나 빠를지는 그날 아침에도 모르니까요.

대신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첫째, 두 층으로 나눕니다. 반드시 하는 것과 선택하는 것. 다 하는 걸로 출발하고 현장에서 판단합니다.

둘째, 절단 목록 대신 시계를 줍니다. 선택 블록마다 “이 시각까지 시작해야 정시에 끝난다”를 계산해 붙였습니다. 그 블록 뒤에 남은 필수 시간을 종료 시각에서 거꾸로 뺀 값입니다. 이것도 사람이 손으로 하면 틀리기 쉬운 계산이라 기계에 맡겼습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건 “무엇을 버릴지 적은 목록”이 아니라 “지금 몇 시인가”입니다.

셋째, 밀리면 없애는 게 아니라 형태를 바꿉니다. 「다 같이 따라 하기」를 「앞에서 시연」으로 바꾸면 시간이 3분의 1이 됩니다. “봤다와 안 봤다”의 차이는 “해봤다와 봤다”의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줄이는 순서는 미리 정하되, 자르는 결정은 미룬다.


5. 재는 장치가 먼저 어긋났던 이야기

곁다리 하나를 붙이겠습니다. AI로 무언가를 계산해 확인하려는 분께는 이쪽이 더 쓸모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이 계산을 만들 때는 “몇 번째 장이 몇 분”이라는 표를 따로 두고 관리했습니다. 자료와 계산표를 나란히 놓는 방식이죠. 깔끔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료 중간에 장을 하나 끼워 넣었습니다.

그 순간 표 전체가 엉뚱한 곳을 가리키게 됐습니다. 뒤 번호가 전부 한 칸씩 밀렸으니까요. 그런데 계산은 오류 없이 돌았고 결과도 그럴듯하게 나왔습니다. 틀렸다는 신호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고친 방법은 표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그 장 자체에 직접 붙여 뒀습니다. 그러면 어디로 옮기든 시간이 따라다닙니다.

남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순서로 가리키면, 순서가 바뀌는 순간 전부 틀립니다. 그리고 그 틀림은 조용합니다. AI에게 “세 번째 항목을 고쳐줘”, “위에서 두 번째 표를 다시 만들어줘”라고 시키실 때 정확히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회사 문서의 “3번 항목 참조”, “붙임 4”도 마찬가지고요. 원본이 한 번 수정되면 그 참조들은 전부 다른 곳을 가리키는데, 아무도 오류 메시지를 받지 않습니다.


6. 이건 교육 준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AI에게 계획을 시키는 자리는 이제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전부 같은 함정을 갖고 있습니다.

회의 안건표. “① 현황 공유 20분 ② 이슈 논의 40분 ③ 결정 20분 ④ 질의응답 20분.” 합계 100분, 완벽합니다. 그런데 ②의 40분을 채울 자료가 준비돼 있습니까. 대개 ②는 15분에 끝나고 남은 시간은 ①로 되돌아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여기서 “질의응답 20분”이 가장 위험한 칸입니다. 그건 채울 내용이 아니라 남는 시간에 대한 희망입니다. 표에서는 다른 블록과 똑같이 20분으로 보이지만요.

프로젝트 일정. “2주”라고 적힌 구간에 실제로 2주치 작업이 쌓여 있는지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대개는 반대로 만듭니다 — 마감에서 거꾸로 세어 칸을 나누죠. 그러면 그 칸은 작업량이 아니라 달력을 반영한 숫자입니다.

확인 방법은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AI에게 시키기 딱 좋은 일입니다.

“이 계획표의 블록마다, 그 시간을 채울 것이 무엇인지 한 줄씩 적어줘. 내가 준 자료에서만 찾고, 못 찾으면 「자료 없음」이라고 적어줘.”

마지막 조건이 핵심입니다. 이걸 안 붙이면 AI가 빈칸을 그럴듯하게 채워줍니다. 그러면 확인하려던 것이 사라집니다. 적히지 않은 칸, 「자료 없음」이 뜬 칸이 그 계획의 빈칸입니다.


마무리 — 만들게 하지 말고, 재게 하십시오

AI에게 계획을 만들게 하면 합계가 맞는 표가 나옵니다. AI에게 계획을 재게 하면 어디가 비었는지가 나옵니다. 같은 도구인데 얻는 게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이 블로그에서 「다 고쳤다」는 검색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지막에 걸린 것이 시각표가 두 벌이라는 사실이었는데, 두 벌 다 합계가 240분이라 각각 열어보면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240분에서 다른 방식으로 걸렸습니다. 한 벌짜리였고, 합계도 맞았고, 그런데 채울 것이 없었습니다.

합계가 맞는다는 건 산수가 맞는다는 뜻입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AI가 만들어 준 표는 이 둘을 절대 구분해 주지 않습니다 — 같은 칸에 같은 숫자로 적히니까요.

그러니 계획을 받으셨으면 한 번 더 시키십시오. 만들라고 말고, 재라고요. 10분이면 끝나고, 안 하면 그날 한 시간이 빕니다.

무료 이북 표지. 제목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무료 배포판 v1.0.
데스크톱판 52쪽 · 모바일판 101쪽

무료 이북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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