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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해줘」 다음에, 한 번 더 시킬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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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한 번에 동작 하나만 다룹니다. 오늘 오후에 바로 해보고 전과 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요. 도구는 가리지 않습니다 — ChatGPT든 Claude든 Gemini든 Copilot이든 똑같이 됩니다.

지난 회차에서는 지시를 채팅창에 치지 말고 파일로 건네는 법을 다뤘습니다. 이번 회차는 받는 쪽입니다. AI가 준 설명을 어떻게 받아야 나중에 안 흔들리는가.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 AI에게 “쉽게 설명해줘”라고 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좋은 비유가 오고, 읽으면 이해가 됩니다. 그러고 창을 닫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누가 그 얘기를 한 겹 더 물으면, 손에 남은 게 그 비유 하나뿐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교육 자료를 만들 때 저는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를 표로 정리합니다. 아는 걸 다 말하면 교육이 무너지거든요. 두 칸짜리입니다.

말할 것말하지 않을 것
가장 많이 갈리는 질문을 맨 위에 놓는다(전문 용어 세 개)
설명해야 하는 일에 강하다(전문 용어 두 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규칙대로 다 지켰고요.

그런데 다시 읽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오른쪽 칸에 적힌 그 용어들이 무엇인지는, 그 자료 어디에도 안 적혀 있었습니다.

말하지 말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교육장에서 이런 질문이 반드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기계는 뭘 기준으로 첫 질문을 고르는 거예요?”

이때 나올 수 있는 답이 둘입니다.

  • “그건 오늘 안 다룹니다.” ← 알지만 안 말하는 것
  • “어… 그건 좀 복잡해서요.” ← 모르는 것

듣는 사람은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합니다. 목소리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제가 만든 자료는 첫 번째를 하라고 시켜놓고, 첫 번째를 할 수 있는 재료는 주지 않았습니다. 절단선만 긋고, 잘라낸 게 뭔지는 안 적어둔 것이죠.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출발점이 거기 있었습니다. 저는 그 개념을 처음 정리할 때 AI에게 “비전공자도 알아듣게 쉽게 설명해줘”라고 시켰습니다. 좋은 비유가 왔고, 저는 이해했고, 그 비유를 자료에 옮겼습니다. 그러고 끝냈습니다.

쉬운 설명은 참가자에게 줄 물건으로는 정확했습니다. 문제는 제 손에도 그것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동작 — 쉬운 설명을 받은 다음, 한 벌을 더 받습니다

평소처럼 물으십시오. 그리고 답이 온 뒤에 이 한 줄을 더 던지시면 됩니다.

방금 설명에서 쉽게 만들려고 접어둔 부분을 따로 적어줘.
비유 말고, 원래 뭘 계산하고 무슨 값이 나오는지 숫자로.
이건 남에게 보여줄 게 아니라 내가 질문 받았을 때 쓸 거야.

세 줄이 각각 일을 합니다.

  • 첫 줄 — 무엇이 생략됐는지를 지목하게 만듭니다. AI는 요약할 때 무엇을 버렸는지 알고 있지만, 묻지 않으면 적지 않습니다.
  • 둘째 줄 — 두 번째 비유가 오는 걸 막습니다. 이 줄이 없으면 대개 더 쉬운 비유가 하나 더 옵니다. 그건 같은 층입니다.
  • 셋째 줄 — 용도를 밝히면 난이도 조절이 멈춥니다. 읽는 사람이 바뀌면 답도 바뀝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제가 그 자료에서 실제로 한 게 이겁니다. 「말하지 않을 것」 칸의 용어들을 하나씩 펴서 바로 아래에 적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계산으로요. 실제로 그 데이터를 넣고 돌려서 숫자까지 뽑았습니다.

결과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갈림의 기준값 0.4736

  1순위 조건으로 쪼갠 경우   →  0.3110   개선폭 0.1626   ←
  2순위 조건으로 쪼갠 경우   →  0.4588   개선폭 0.0147
  3순위 조건으로 쪼갠 경우   →  0.4630   개선폭 0.0105

1위가 2위의 11배입니다.

이걸 손에 쥐고 나니 아까 그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왜 항상 같은 게 첫 질문으로 나오냐면, 두 번째 후보보다 열 배 넘게 잘 갈라서 그렇습니다. 계산식 자체는 오늘 다루지 않겠습니다.”

앞 문장이 있으니 뒤 문장이 「안 다룬다」로 들립니다. 앞 문장이 없으면 뒤 문장은 회피로 들립니다. 같은 말인데요.


왜 먹히나

쉽게 설명해줘가 접어버린 층 왼쪽에는 원래 그 개념이 가진 세 층이 있습니다. 첫째 층은 한 문장 비유, 둘째 층은 무엇을 계산하는가, 셋째 층은 실제 값과 수치입니다. 가운데에는 "쉽게 설명해줘"라는 문이 있습니다. 맨 위 한 층만 통과하고, 아래 두 층은 접혀서 넘어가지 못합니다. 오른쪽은 내 손에 남은 것입니다. 첫째 층만 실물로 있고, 둘째와 셋째 층은 빈칸입니다. 오른쪽 끝에서 질문이 들어옵니다. 질문은 층을 지키지 않습니다. 첫째 층으로 들어온 질문에는 답이 나가지만, 둘째와 셋째 층으로 들어온 질문은 빈칸에 닿아 모두 "그건 좀 복잡해서요"라는 같은 소리를 냅니다. 접혔다는 사실이 결과물에 적히지 않기 때문에, 알고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 하는 것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원래 그 개념 “쉽게 설명해줘” 내 손에 남은 것 한 층만 통과 ① 한 문장 비유 “이건 마치 …와 같습니다” 있음 이 정도 질문 답이 나갑니다 ② 무엇을 계산하나 어떤 값을 어떻게 비교하는가 접힘 비어 있음 한 걸음 더 들어온 질문 “그건 좀 복잡해서요” ③ 실제 값·수치 내 데이터에서 나온 숫자 접힘 비어 있음 구체적인 질문 “그건 좀 복잡해서요” 접혔다는 표시가 안 남으므로 — 알고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 하는 것이 같은 소리를 냅니다
이해한 것과 손에 든 것은 다릅니다. 접힌 층은 질문이 들어오는 순간에만 보입니다.

AI에게 “쉽게 설명해줘”는 사실 “이 내용에서 몇 층을 접어라”는 지시입니다. 그리고 AI는 그걸 아주 잘합니다. 문제는 접었다는 사실이 결과물에 안 적힌다는 것입니다. 화면에 오는 건 매끄럽게 완결된 설명 한 덩어리고, 접힌 자리는 표시가 안 남습니다.

그래서 이런 착시가 생깁니다. 설명을 읽고 이해했으니 그 개념을 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손에 들어온 건 그 개념의 한 층뿐인데요.

질문은 층을 안 지킵니다. 제가 1층짜리 설명을 준비했다고 해서 질문이 1층으로만 들어오지 않아요. 그리고 그 순간 알고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 하는 것이 같은 소리를 냅니다.

이건 제가 틀린 말은 없었는데, 헛수고였습니다에서 다룬 것과 다른 자리입니다. 그 글은 AI가 원인을 하나만 대고 멈추는 문제였고, 처방은 “전부 찾아줘”였습니다. 개수의 문제였죠. 오늘 것은 개수가 아니라 깊이입니다. 원인은 하나뿐이어도, 그 하나를 몇 층까지 설명받았느냐가 남습니다. 그리고 요청 끝에 「네가 정한 기준을 밝혀줘」가 AI가 조용히 고른 것을 드러내는 동작이었다면, 오늘 것은 AI가 조용히 버린 것을 드러내는 동작입니다.


언제 쓰고, 언제 쓰지 않나

기준은 하나로 잡으시면 됩니다 — 내가 이걸 남에게 설명할 자리가 있는가.

  • ✅ 보고·발표·교육처럼 질문을 받는 자리에 들고 갈 내용
  • ✅ 남이 만든 결과물을 검토·승인해야 하는 내용 (검토는 한 층 아래를 봐야 됩니다)
  • ✅ “이건 안 쓰기로 했다”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내용
  • ❌ 한 번 읽고 지나갈 내용, 남에게 말할 일이 없는 것

마지막 항목이 사실 이 동작의 진짜 쓸모입니다. 안 쓰기로 결정하려면 일단 알아야 합니다. 알고 나서 안 쓰는 것만 결정이고, 모르는 채로 빼는 건 그냥 구멍이거든요. 그런데 쉬운 설명만 받아두면 그 둘이 손에서 똑같이 생겼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받은 두 번째 설명은 자료에 안 넣습니다. 참가자용 문서에는 여전히 비유가 맞아요. 이건 제 노트에만 둡니다. 대외용 한 벌, 내 것 한 벌 — 두 벌이 되는 게 핵심입니다.


오늘 해보실 것

이번 주에 AI에게 “쉽게 설명해줘”라고 물었던 것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아마 있으실 겁니다.

그 대화를 다시 열고 한 줄만 던져 보십시오.

방금 설명에서 쉽게 만들려고 접어둔 부분을 따로 적어줘.
비유 말고, 원래 뭘 계산하고 무슨 값이 나오는지 숫자로.

그리고 돌아온 것을 읽어 보십시오. 아마 “어 이게 있었어?” 싶은 게 하나쯤 나올 겁니다.

그게 원래 그 개념에 있던 것입니다. 제가 안 물어봐서 안 온 것뿐이고요.

무료 이북 표지. 제목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무료 배포판 v1.0.
데스크톱판 52쪽 · 모바일판 101쪽

무료 이북

도구는 갈아타는 것이고, 실력은 실려 가는 것입니다

데이터임팩트 박상훈

AI 글은 많이 읽었는데 여전히 뭘 어떤 순서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10년, 130여 건의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정리한 순서 한 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도구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 붙일 한 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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