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AI를 써야 하나요 — 그 질문이 틀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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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교육을 나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ChatGPT가 나아요, Gemini가 나아요, Claude가 나아요?” 어떤 도구가 제일 뛰어난지를 묻는 겁니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현장에서 교육을 해 오면서, 저는 이 질문 자체가 출발점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신기함은 회사 문 앞에서 멈춥니다
화려한 도구로 교육을 하면 반응이 좋습니다. 처음 보는 기능을 시연하면 “와, 이런 것도 되는군요” 하는 감탄이 터집니다. 강사 입장에서 그 순간은 짜릿하죠. 하지만 저는 그 감탄을 점점 경계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교육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간 학습자가, 그 도구를 막상 켜려고 하면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사 보안 정책상 그 외부 서비스가 차단되어 있거나, 추가 가입과 결제가 필요하거나, 사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도구라 쓸 수 없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그거 신기했지” 하는 기억뿐입니다. 일하는 방식은 하나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구경입니다. 마술쇼를 보고 나온 사람이 마술을 부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그래서 저는 어떤 도구를 가르칠지 정하기 전에, 도구의 성능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회사가 이미 무엇을 깔아 두었는가.
많은 기업이 이미 특정 AI에 대한 사내 라이선스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전사 차원에서 한 서비스를 도입해 두었고, 어떤 곳은 보안 환경 때문에 외부 클라우드 AI를 아예 쓸 수 없어 폐쇄망 안의 제한된 도구만 허용됩니다. 이 ‘이미 주어진 환경’이 사실상 정답을 정해 버립니다.
아무리 다른 도구가 한두 가지 기능에서 더 뛰어나더라도, 학습자가 내일 당장 추가 절차 없이 켤 수 있는 도구를 가르치는 편이 백 배 낫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가장 좋은 도구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일하는 방식을 실제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쓸 수 없는 최고보다, 쓸 수 있는 차선이 언제나 이깁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경향이 더 강해진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외부의 화려한 도구에 끌리던 회사도, 보안과 비용과 관리의 현실에 부딪히면 결국 사내에 이미 자리 잡은 도구로 수렴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 도구를 중심에 두는 편이 멀리 봐도 맞습니다.
증폭기는 손에 쥘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AI를 마법이 아니라 증폭기에 비유했습니다. 아무리 성능 좋은 증폭기라도, 손에 쥘 수 없으면 아무것도 증폭하지 못합니다. 교육장에서만 작동하고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꺼져 버리는 도구는, 학습자에게 증폭기가 아니라 잠깐 구경한 전시품일 뿐입니다.
그래서 “어떤 AI를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도구를 먼저 묻지 마시고, 회사가 이미 무엇을 쓸 수 있는지를 먼저 보세요. 답은 대개 거기에 이미 있습니다. 가장 좋은 AI는 성능표 맨 위에 있는 도구가 아니라, 당신이 내일 아침 출근해서 바로 켤 수 있는 도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