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들다 막혔을 때, 무너지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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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AI에 실망하는 이유는 도구가 아니라 ‘무엇을 정의하는가’의 부재라고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그 정의를, 어떻게 AI에게 전달할 것인가. 머릿속에만 있는 정의는 AI가 매번 잊어버리고, 작업이 길어지면 사람도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침 어제, 그 답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멈춥니다
AI로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반드시 막히는 순간이 옵니다. 어제 저는 만든 사이트를 인터넷에 올리는 마지막 단계에서, 배포가 다섯 번 연속으로 막혔습니다. 화면엔 빨간 글씨로 “Blocked”만 떴습니다.
이 지점이 갈림길입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멈춥니다. “역시 AI로는 안 되는구나”, “내가 뭘 잘못했겠지” 하고 창을 닫습니다. 다섯 번 연속이면 누구든 손을 놓고 싶어지는 자리니까요.
그러나 이 막힘은 결국 뚫립니다. 더 똑똑한 도구를 써서가 아니라, 막히기 전에 만들어 둔 작업 구조 덕분입니다. 저는 이것을 작업 하네스라고 부릅니다.
추측부터 하면, 대개 빗나갑니다
막히면 누구나 추측부터 하게 됩니다. 이 경우도 두 갈래 추측이 먼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무료 플랜의 배포 횟수 한도에 걸렸나 보다”였습니다. 확인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는 “커밋에 붙은 어떤 꼬리표가 문제다”였습니다. 그것까지 정리해서 다시 시도했지만, 여전히 막혔습니다. 두 추측 모두 빗나갔습니다.
답은 엉뚱한 데 있지 않았습니다. 배포가 막힌 화면의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정확히 읽자, 거기 답이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커밋에 적힌 이메일이 GitHub 계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작업 도구가 커밋을 만들 때 제 것이 아닌 다른 이메일을 적어 넣었고, 시스템은 그걸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작업’으로 보고 막았던 겁니다.
여기서 첫 번째 교훈이 나옵니다. 막혔을 때 우리는 추측부터 합니다. 그러나 답은 대개 메시지 안에 이미 적혀 있습니다. 추측은 빠르지만 자주 빗나가고, 메시지를 끝까지 읽는 일은 답답하지만 정확합니다. AI와 일할 때 막힘을 뚫는 첫 번째 능력은, 더 똑똑한 질문이 아니라 눈앞의 신호를 정확히 읽는 인내심입니다.
무너지지 않은 진짜 이유
그런데 원인을 알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해결하려면 이미 쌓인 작업 기록을 손봐야 했고, 그건 잘못하면 그동안의 작업을 망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평소라면 쉽게 손대기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차분히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장치 덕분이었습니다.
하나는 기록입니다. 저는 작업하는 내내 무엇을 했고 무엇이 막혔는지를 문서로 남겨 두었습니다. 그래서 작업 도구의 세션이 중간에 끊겨 새로 시작했을 때도, 그 문서 하나로 맥락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었습니다. AI는 매번 기억을 잃지만, 기록은 잃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안전장치입니다. 위험한 작업에 들어가기 전, 현재 상태를 그대로 복사해 백업해 두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어도 한 번에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위험한 작업을 침착하게 만들었습니다. 되돌릴 수 있으면 두렵지 않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교훈입니다. 막힘을 뚫는 힘은 막힌 순간의 기지가 아니라, 막히기 전에 만들어 둔 구조에서 나옵니다. 기록이 맥락을 잇고, 백업이 두려움을 없앱니다. 하네스의 진짜 가치는 일이 순탄할 때가 아니라, 막혔을 때 드러납니다.
정의를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것
여기까지가 제가 말하는 하네스의 두 기둥입니다. 하나는 정의와 맥락을 머릿속이 아니라 문서로 외재화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위에서 역할을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전략과 판단은 대화형 AI를 설계자로 두고 함께 정하고, 실제 작업은 다른 AI에게 실행자로 맡깁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정의하는 건 사람이고, 그 정의대로 움직이는 건 AI입니다. 어제 막힘을 뚫은 것도 결국 이 구조였습니다 — 원인을 정의한 건 저였고, 위험한 복구 작업을 정확히 수행한 건 실행 도구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AI는 마법이 아니라 증폭기라고 했습니다. 하네스는 그 증폭기에 무엇을 넣을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좋은 정의를 한 번 잘 넣는 것을 넘어, 그 정의가 흔들리지 않게 문서로 붙들어 두고, 막혀도 되돌아올 수 있게 기록과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
그래서 AI로 무언가를 만들다 막혔다면, 더 좋은 도구를 찾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나는 막힌 지점의 메시지를 끝까지 읽었는가. 내가 한 작업은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는가. 잘못되었을 때 되돌릴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다면, 다섯 번 막혀도 여섯 번째에 뚫게 됩니다. 막히지 않는 사람이 잘하는 게 아니라, 막혀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가진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갑니다.